'김치 종주국'의 불편한 진실

[기자수첩]

이원식 기자 2020.12.04 15:41:56

최근 중국의 보수매체에서 자국의 절임 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산업표준이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하면서 김치 종주국의 지위를 빼앗긴 게 아니냐는 논란이 야기됐다. 하지만 정부와 김치업계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김치와 다른 나라의 채소절임식품은 차이점이 명확한데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김치 종주국 논란으로 인해 지난 2001년 우리나라의 김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KIMCHI)’로 최종 국제 규격을 인정받았다.

당시 김치 규격은 이해당사국인 일본과 4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마련된 것이다. 규격명을 기무치가 아닌 김치(KIMCHI)‘로 통일한 대신, 일본이 제안한 일부 식품첨가물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단일 규격안을 마련해 김치의 국제 규격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중국은 당시 파오차이가 아닌 김치는 생소한 식품으로 인식해 코덱스 제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은 2003년 사스 발생 이후 김치의 상업성이 부각되면서 김치 공장이 생겨나게 됐고, 2000년대 후반 한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김치 생산량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중국이 김치를 많이 수출하게 되면서 국제표준화기구(ISO)파오차이에 대한 표준을 제정했지만, 김치와 파오파이는 전혀 다른 식품이기에 해당 표준은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김치는 전 세계 채소 발효식품 중 유일하게 국제식품규격을 갖고 있는 식품이다. 바꿔 말하면 세계적으로 품질과 위생안전성이 인정된 채소류 발효식품은 김치가 유일하다는 뜻이다.

최근 프랑스 연구진이 국가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김치를 주로 먹는 식생활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김치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의 엉뚱한 주장은 자국산 김치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국내 시장은 중국산 김치가 잠식하고 있다. 일찌감치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국에서 김치를 들여오기 시작했고, 중국산 김치가 국내 수입산 김치 총량의 90%를 차지했다. ‘김치 주권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시장은 중국산 김치에 자리를 완전히 내어준 상황이다. ‘파오차이표준 제정은 해프닝일지 모르지만 중국의 딴지걸기는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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