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원 삭제 논란… 소비자 의견 반영돼야

[데스크칼럼]

김혜란 편집국장 2020.11.19 11:42:50

제조원 표기 삭제 여부를 둘러싸고 화장품업계가 뜨겁다. 지난 9월 관련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화장품법 개정안’은 화장품 포장에 책임판매자만 기재하자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화장품법 개정안은 지난해에도 김상희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김원이 의원은 현행법 상 책임판매업자와 제조업자 정보표기 의무화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통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책임은 판매업자에게 있기 때문에 외국과의 규제조화를 위해서도 제조업자 정보까지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개정 이유라고 밝혔다.

일단 판매업자들은 개정안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제조사 정보 노출로 인해 해외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이 양산되고 이는 곧 K-브랜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 또한 이들은 제조원 표기를 삭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선진국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제조원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제조원 표시를 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조업체들의 기형적인 시장독점 현상도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조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선진국에서 제조원 표시가 없는 것은 등록상의 문제 일뿐, 제조나 유통에 대한 전체 제품 정보는 제도적으로 더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의약품이나 식품과의 형평성도 주장한다. 의약품이나 식품은 제조업체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유독 화장품만 빼자는 것은 특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조사와 판매사가 화장품법 개정안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소비자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장품 품질·안전관리 대안 없이 제조원 표기삭제 허용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의약품, 식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모두 제조업체와 위탁 제조업자를 기재하도록 돼있다며 화장품만 제조원 표기를 삭제하려는 의도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지적한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 GMO 안전성 논란, 물티슈 독성물질 검출 등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해 지난 2018년부터 표시사항에 대한 각종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화장품 개정안이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소비자 91.5%는 화장품 책임판매업자와 함께 제조업자 표기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최근 성인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인식조사 결과다. 제조된 화장품의 제품정보나 안전성에 대해 제조업자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화장품 용기나 포장재에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표기를 의무화 한 것은 지난 2011년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서다. 국민 알 권리를 보호하고 소비자 안전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 알 권리와 안전성보다는 업체들의 주장에 더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이중 잣대가 불편한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업계 발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필수재는 안전성이 최우선돼야 하고 소비자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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