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체결,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미FTA가 극적으로 타결되자 그동안 관망하는 입장을 보였던 식품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재료인 농수산물 값 하락으로 단기적으로는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미국이 국내 식품수입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업계는 식품안전과 관련된 국내 제도가 미국과 비교, 지나치게 엄격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소비 증가·원료값 하락으로 산업 발전 기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미 FTA 체결 뒤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국물가격은 21.77%, 육류는 8.45%, 농산물 가공식품은 18.38%, 기타 작물가격은 22.08%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 인하에 따른 물가안정으로 전체 민간 소비는 최대 1.38%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수준도 현재보다 6.99%(281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후생수준은 소비자 혜택을 개량화한 것으로 소비자 후생수준이 증가한다는 것은 소비량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수산물 가격 하락도 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음식료 업종은 FTA타결로 20~50%인 국내 수입관세가 낮아짐에 따라 원재료 비용이 감소, 마진폭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수입관세 인하로 미국산 분유와 주스 등의 수입이 늘어날 수 있으나 먹거리는 쉽게 바꾸지 못하는 특성상 미국산제품 수입으로 인한 피해보다 원재료가 인하에 따른 이익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제과·전분당·제당 불리, 전통식품은 유리 한미 FTA 발효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농업과 축산물 분야다. 대외정책연구원은 쌀을 제외한 농업분야 생산 감소를 약 9,000억 원, 국내 축산농가의 피해규모는 한우와 양돈농가를 모두 포함해 약 2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공식품 분야에서는 제과·전분당·대두유·기능식품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과의 경우 스니커즈, M&M's, 프링글스, 허쉬 등 대형 외국 브랜드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를 직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분당도 카길, 콘아그라사 등 농식품 생산분야 1위 기업들이 대거 진입할 공산이 크다. 제당도 사탕수수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거대 자본과 연결돼 국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국내 제당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기능식품의 경우 비관적·낙관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다양한 제품과 기술우위,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합리적이고 까다로운 국내 제도로 인해 오히려 역수출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고추장·된장, 김치·절임 식품, 인·홍삼 제품 등 전통식품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산업 발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식품 관련 규제, 무역 장벽으로 국내 법률 총 1,163개 중 무려 15%에 달하는 169개의 법률이 한미FTA와 상충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위생검역 부분에서는 식품위생법, 농산물품질관리법 등 10여 가지의 법률이 한미FTA와 충돌한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국내 식품 관련 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의 기준에 일방적으로 맞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식품위생법, 건강기능식품법 등 국내 식품 관련 기준·규격은 지나치게 엄격한데다 양국 간 기준도 서로 달라 가공식품 수·출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식품첨가물의 경우 양국 간 허가 품목이 다르고 유기가공식품도 그 원료의 수송에 있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토록 한 규정이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는 대표적인 조항으로 지목됐다. ◇정부, 업계 지원책 강구 나서 한미FTA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업계 지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농림부는 전통식품의 수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산 콩을 원료로 사용해 수출되는 장류제품에 대한 수출물류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 품목은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춘장 등 장류 제품 모두 해당되며 지원액은 수출국가별 표준물류비의 25% 수준에 달한다. 농림부 식품산업과는 “과잉 상태에 있는 국산 콩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 식문화의 해외전파를 통한 농식품 수출기반 확보를 위해 장류 제품에 대해 수출물류비를 지원키로 했다”며 “국내 생산 장류제품은 기능성을 강조하고 용도를 차별화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수출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