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임신 중 한약 복용 태아와 산모 모두 악영향"

"자주 처방되는 백출·감초도 부작용 가능성…안전성 연구 필요"

한약이 건강에 좋다거나 질병을 치료한다는 신뢰할만한 근거는 거의 없지만 의료계는 한약에 해로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언급한다. 이런 가운데 임산부와 태아에 대해 처방된 한약의 안전성을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재 중 산모의 안전과 태아기형을 유발하는 금기품목이 포함돼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원협회는 최근 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과 관련, 임신 중 한약복용이 태아와 산모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협회측에 따르면 임산부 한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출'의 경우 임신 중인 생쥐와 토끼에 투여한 결과 태아성장지표 감소, 착상후 손실률 증가, 산전 및 산후 사망률 증가, 선천성 근골격계 이상 발생, 태아흡수, 태아수종, 짧은 귀 기형 등이 관찰됐다.

'감초'도 임상실험에서 조산 위험 증가, 인지수행 능력 및 정신과적 문제, 아이의 스트레스 대응 호르몬조절체계 변화 등이 나타났다. 인삼 역시 쥐의 배아에서 선천성 기형의 발생이 관찰됐고, 태아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임신 및 수유기에는 인삼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임신제1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홍콩중문대학이 중국에서 백출, 토사자 등 한약재 20종의 안전성을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임신 초기에 노출된 경우 산모의 산전 및 산후 사망의 관찰, 산모의 체중증가 및 배아 성장, 산후 체중증가 등의 유의한 감소, 태아흡수 및 근골격계 기형 역시 유의하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의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에 선정돼 지난 1997년 8월부터 2000년 7월까지 경희대가 수행한 ‘한약이 임신중 태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3년 동안 실험한 총 31종의 한약 중 무려 27종이 세균주를 이용한 유전자돌연변이 원성 실험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또 숙지황, 당귀, 갈근, 안태움, 애엽 등이 세포독성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포유류배양세포를이용한 염색체 이상 실험의 경우는 행인, 천궁, 안태금출탕, 의이인, 갈근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미국 메이요클리닉도 임신 또는 수유기에 당귀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므로 산모나 수유부는 당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한약은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한약이 유산이나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특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연구를 진행한 것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며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대한산부인과학회 역시 "현재 한방난임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 중 세계보건기구(WHO)의 임부금기품목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금기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난임치료과정 및 임신초기에 투여된 한약성분이 태아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확인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 및 동물에서 한약재의 독성에 대한 보고들은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며 2012년 Human Reproduction 저널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하여 흔히 처방되는 한약재들조차 생식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고 언급한 산부인과학회는 "한방난임치료가 산모 및 태아에 안전한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연구 또한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한약은 자연산물(natural product)이므로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한약은 알러지 반응, 피부질환, 천식, 두통, 어지러움, 초조감, 구강건조, 경련, 피로, 심계항진, 구역, 구토,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간독성이나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들도 보고 되고 있고, 다른 약제의 효과를 경감하거나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한약제들이 함유하고 있는 활성 성분들이 어떠한지에 대하여 거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납·수은·비소와 같은 같은 중금속 오염 등도 보고된 바 있어 임산부 및 임신시도를 하고 있는 여성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고 권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이지 않은 치료에 매달려 임신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난임전문의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산부인과학회는 "난임전문의들이 명심하고 있어야 할 기본 원칙 중 하나는 난임부부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매스미디어 등으로부터 얻게 되는 잘못된 정보들을 환자들로부터 떨쳐내며, 효과적이지 않은 치료에 매달려 임신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난임 부부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한방난임치료가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는, 또 막연히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떨쳐 버리고 근거가 명백한 효과적인 난임치료에 집중해 시대적인 과제인 저출산 극복에 난임치료가 기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에서 한약의 안전성 뿐 아니라 침 치료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1994년에 발표된 '호침과 곤마자 약침이 하태 및 임신 hormone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그 예로 들었다. 이 논문에서는 한방으로 낙태시키는 방법을 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논문에 따르면 쥐를 임신시키고 임신후기인 15, 16, 17일 째에 한 번씩 침 또는 약침을 시술한 뒤, 마지막 처치 3시간 뒤에 배를 갈라 자궁에 있는 태아의 수를 확인했다.

침을 맞은 쥐들의 자궁에는 평균 9.71마리, 약침을 맞은 쥐의 자궁에는 평균 13마리,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대조군은 평균 14.29마리의 태아가 있었다. 연구팀은 침이 태아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과의연은 "임신 후기 3일 동안 침을 놓았고, 3일 째에 침을 놓은 뒤 3시간 후에 배를 갈랐는데 태아 수가 적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라며 "그 사이에 유산을 했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 초기(3, 4, 5일 째)에 약침을 맞은 쥐들은 에스트라디올 호르몬 수치가 대조군과 일반 침을 맞은 쥐들보다 낮았다. 임신 후기에 침 또는 약침을 맞은 쥐들은 에르트라디올 수치가 대조군 보다 낮았다. 약침을 맞은 쥐들의 에스트라디올 수치는 대조군 2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 혼란스러운 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거나 한의학의 동물실험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침이나 약침이 임신 중에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거나 유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믿어야 할 듯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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