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한류 열풍이 부는 날을 꿈꾸며

기고/ UHS 힘찬 관절·척추센터 조대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중동의 보석,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품은 아랍에미리트(UAE)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관광지의 로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강과도 같은 두바이 크릭 근처에서 야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높은 GDP만큼이나 도시 곳곳이 잘 발전되어 있고, 각종 시스템 또한 잘 갖춰져 있는 나라다.

아랍에미리트의 의료산업은 병원시설, 장비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결국 의술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숙련된 의료진들에 의한 양질의 진료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곳의 의료인력들은 대부분 외국인들로, 자국민의 건강을 다른 나라의 의사에게 맡겨야 하는 현실 속에 있다.

이 곳에서의 1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돌이켜보면 한국 의료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체감한다. 나 역시 한국의 의료시스템 속에서 배운 노하우들이 선진국의 의료수준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또 한국에서는 당연시 여겨지는 세심한 진료, 높은 수술테크닉, 과학적인 물리치료 시스템 등이 아랍에미리트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서비스로 다가가 감동을 준다.

작년 11월에 개소한 샤르자대학병원 힘찬 관절·척추센터는 두바이 바로 옆 샤르자대학병원 내에 원내원 방식으로 독자 운영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누적 외래환자수가 3천 명을 돌파하면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현재 관절·척추 진료예약이 두 달 이상 밀려있고, 차로 2~3시간 이상 걸리는 먼 지역에서도 병원을 찾아오는 등 힘찬병원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전문의 4명, 간호사, 물리치료사, 행정직원이 한국에서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또 300여 평 정도의 대규모 물리·재활치료공간을 리모델링 중으로, 슬링치료기, 체외충격파, 무중력감압치료기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춘 후 준공이 완료되는 내년 초에는 추가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와 물리치료사를 충원할 계획이다.

병원 밖에서 만나는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왔다”라고 하면 반색할 정도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어떤 이는 한국여행에 대한 경험, 음악, 드라마, 핸드폰 등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하며 때로는 한국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한류를 머나먼 중동에서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자못 뿌듯하기까지 하다. 

한국에 대한 이러한 좋은 인식들은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이곳 중동에서 흘린 피땀이 밑바탕이 됐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의료진들이 의료한류의 선봉에 섰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국격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종종 환자들이 내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위해 신에게 기도합니다”라고. 처음에는 이 나라에서 으레 하는 인사치레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때때로 내 손을 잡고 손등에 입을 맞추는 노년의 여자환자, 나를 가볍게 안아주면서 내 어깨에 입맞춤을 하며 “신께서 당신과 함께”라고 하는 중년의 신사를 대하다 보면 종교, 언어, 국적을 뛰어넘는 진심이 와 닿는 것을 느낀다.

비록 이방인이지만 의사와 환자의 따뜻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곳 중동에서 의료한류의 열풍이 부는 날을 간절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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