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험업법 개정안, 보험사 정보취득 간소화 악법"

고객 위한다면 청구 기준과 서류 통일부터, 법안 저지위해 투쟁 불사 천명

국회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입장을 변경한 것에 대해 의사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법안 저지를 위해 투쟁까지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정보취득 간소화를 위한 악법이다. 법안 저지를 위해 투쟁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것으로, 환자의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이 진료내역 등을 전산으로 직접 보험사에 보내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24일 국회 금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2건에 대해 기존 '신중검토'에서 '동의'로 입장을 변경했다.

이에 의협은 "환자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신장시키려면 실손보험사들이 먼저, 청구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고 보험사에 상관없이 통일된 청구방법과 서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될 일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치 않고 굳이 환자의 편의를 내세워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보험사가 원하는 서류를 모두 신속하게 제공하라는 것은 경영상의 의도가 분명히 있는 것이며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올해 상반기 6개월간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액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로 생명보험사들이 신음하고 있으며 그 손해율이 100~130%에 달하여 사실상 100원을 팔면 30원을 손해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 5곳은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의협은 "그런데도 보험업계는 공식적으로 소비자가 더 쉽게 보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가 않는다"고 "결국 숨어있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청구 간소화가 되면 의료기관으로부터 보험사가 원하는 환자의 건강과 질병 정보를 마음껏 신속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보험금을 신속하게 수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과정에서 보험사는 환자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즉 환자의 보험청구 간소화가 아니라 보험회사의 환자정보 취득 간소화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이렇듯 겉으로는 국민의 편의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실손보험 적자로 흔들리는 보험업계를 위한 특혜다"며 "동시에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게 부당하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환자의 정보를 아무런 통제 없이 보험사가 요구하는대로 제출하게 하는 악법이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각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제3의 중개기관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험사로 전달하게 했는데 이는 결국 보험금 청구과정을 간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하는 것이며 심평원이나 중개기관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될 경우, 의협은 이 법안을 막기 위하여 13만 의사 회원의 총력을 모아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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