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유전자원의 중요성

[보건포럼]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나영왕 농업연구관(농학박사)

농촌진흥청 나영왕 농업연구관

토종이란 말은 정겹다. ‘6시 내고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떠올리는 건 나만일까? 하지만 토종이란 말 속에는 시간의 산물이 켜켜이 쌓여 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나라 땅과 기후에 잘 적응해 살아남았거나 농부에게 선택받은 농작물을 토종이라 할 수 있다. 토종의 입장에서 보면 치열함이 묻어있다. 혹독한 야생의 기후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농부의 마음에 들어 대를 이어나가기 위해 토종은 스스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오늘은 식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의 큐(Kew)가든은 2017년 기준으로 지구상에 382000(species)의 관속식물이 생존한다고 보고했다. 이중 6000종 정도가 재배되고 있으며(독일 IPK, 2017), 2014년 기준으로 생산량이 상당히 높은 작물은 200종이 안 된다고 한다. 이 중 9(사탕수수, 옥수수, , , 감자, , 야자수, 사탕무, 카사바) 작물이 전 세계 생산량(무게 단위) 66% 이상을 차지한다(FAO, 2017).

우리나라 식물은 남북한을 합쳐 4000 종류쯤 된다. 이 중 식용이 가능한 식물은 1000종 내외라고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예로부터 재배돼 온 작물들을 개량하고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를 풍요롭게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신품종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기본은 토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콩은 우리나라 토종의 대표주자이다. 된장, 간장 등 국내 전통음식의 기본재료로 이용됨은 물론이고 1901년대부터 1976년 사이에 5천여 자원이 미국으로 넘어가 신품종 육종에 이용돼 왔다. 물론 이때 건너간 우리 자원들은 2007년도에 농촌진흥청이 반환 받은 바 있다.

토종은 우리에게 식량 공급뿐만 아니라 수천 년 한민족과 함께하며 전해오는 전통지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전통지식과 문화가 계승돼야 하듯 토종 유전자원도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에는 전 세계 농작물들의 씨앗을 수집해 보존하는 종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는 최근 우리 땅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들도 보존되고 있다.

토종으로 구분되는 유전자원은 전체 보유 종자의 24%로 벼, 보리, 콩 등 식량작물이 42849자원으로 가장 많으며, 참깨, 들깨와 여러 약용작물을 포함한 특용작물 6922자원, 고추, 배추, 각종 과채류를 비롯한 원예작물 4102자원과 기타작물을 포함해 총 54241자원이 보존되고 있다. 이들 토종 종자는 시험·연구용 목적으로 무상 분양하고 있다.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해 상업적 이익이 발생하면 유전자원 원산국에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자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작금에 토종자원의 중요성이 더 한층 높아져 가고 있다.

앞으로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작목기관, 토종 관련 학술·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토종 자원을 확보해 나가야 하겠다. 더 나아가 유전자원 관련 정부부처 간 협력을 통해 우리 토종 종자의 전략적 확보는 물론이고 어떤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 산업화 소재로 활용을 해야한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있는 토종 유전자원 농가보존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토종을 잘 이용해 종자주권의 주장을 강화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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