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꿴 녹지국제병원 사태

[데스크칼럼]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일이 온갖 논란을 불러온 제주녹지국제병원을 두고 한 말인 듯 싶다. 의료공공성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녹지국제병원이 결국 허가취소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125일 녹지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설립을 허가했다.

도에 따르면 하지만 녹지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은  개설허가 3개월 이내에 문을 열어야 하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개원을 하지 않고 연장을 요구하며 개원 준비 상황에 대한 현장 점검도 거부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는 것.

그간 영리병원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음에도 녹지국제병원 측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허가 취소 절차까지 이르게 됐다는 제주도측의 설명이다. 도는 당장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에 돌입해 다음 달 초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녹지병원측은 제주도가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해 개설허가를 낸 것은 위법하다며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청구 소송을 냈다.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허가 받았던 개설 취지와 달리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녹지그룹측이 애초 수지타산이 불확실한 조건부 병원 운영에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녹지병원 사태는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됐다는 의견이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제주도가 영리병원 개설에 반대하는 공론조사 결과를 배척하고 병원 개원을 밀어부친 탓도 커보인다. 제주지역을 비롯해 전국 의료·시민사회단체가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의료 공공성의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료법의 맹점을 놓친 부분은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의료법에는 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거부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내국인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이를 이유로 내국인이 소송을 한다면 병원이 패소할 확률이 높다. 녹지병원측이 소송의 근거를 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애초 조건부 개설이 화를 부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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