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낙태 5만건…"관련법 개정해야" 한 목소리

산부인과의사회-조사 여성 75.4% "형법·모자보건법 개정해야"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낙태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산부인과계 뿐 아니라 여성 4명 중 3명도 '낙태죄'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낙태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 것은 지난 2005년과 201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같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가 발표되면서 조속한 시일 내 '낙태죄'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연간 낙태 건수는 모두 5만 건으로 집계됐다.

조사에서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들의 전체 낙태 건수는 1084건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2017년 만 15~44세 여성의 낙태율은 인구 1000명당 4.8건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낙태율을 바탕으로 2017년 전체 낙태 건수가 4만9746건이라고 추정했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10%가 낙태한 적이 있고, 임신한 여성은 5명 중의 1명(19.9%)꼴로 중절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가임기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상황에서 낙태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태 당시 나이는 평균 28.4세로, 사회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 수술을 결정했다(33.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낙태를 할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지만, 법률혼(37.9%)인 경우도 상당수가 있었다. 다음으로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2.2%) 순이었다.

낙태를 고려하게 된 주된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자녀계획(44%)’,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42%) 순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4%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합법적 낙태를 인정하는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도 48.9%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이었다.

이에 산부인과계는 해당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문화 된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이충훈)는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 및 임산부의 치료자로서 태아의 생명권 물론 존중하지만 여성의 건강권 역시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우리는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사회단체의 낙태 허용 확대 주장에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실태조사에서 보듯이 낙태죄가 실제 현실과의 괴리가 큰 만큼 계속 존치하거나 강화할 경우 그에 따르는 부작용, 즉 여성 건강권의 상실, 모성사망의 증가 그 외 원정낙태 등 사회적 혼란과 갈등, 더해 더욱 음지로 숨어드는 부작용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의회는 특히 낙태의 대부분의 사유가 모자보건법 허용사유에서 들어 있지 않아 현 임신중절의 대부분은 불법이다이라고 언급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공임신중절 허용사유에 태아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임신 중 발견된, 출생 후 생존이 힘든 심각한 질병이나 선천성기형아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임신중절이 허용되지 않아, 임산부는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술을 해 줄 병원을 찾느라고 헤매느라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산의회는 "따라서 의사들은 의사대로 위법인 줄 뻔히 알면서 수술을 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 이에 산의회는 불완전한 법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의 허용 여부를 떠나 선의로 행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하여 깊은 사려 없이 의사를 처벌하려고 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와 규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며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하여 산부인과 의사로서 모성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개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건 당국도 산의회가 벌이고 있는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피임 교육과 성교육을 통한 건전한 성생활과 더불어 미혼모 출산지원 제도, 싱글맘에 대한 지원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 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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