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원료 국산화 위한 연구개발 확대해야

[기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장재기 과장

"나고야의정서 파고 바이오산업계와 농업계 상생협력으로 넘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장재기 과장

얼마 전의 일이다. 국내 모 바이오 기업에서 개발 중인 제품 원료인 자소엽을 중국산에서 국산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해 생산자와 연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 이후 건기식으로 유명한 국내 모 대기업도 국내 생산 확보가 필요하다며 약용식물 목록을 들고 찾아왔다. 이러한 일들은 전에 없던 일들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값싼 원료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어떤 업체들은 멀리 중앙아시아까지 가서 현지에 농장을 차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국산원료를 쓰겠다며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렇게 바이오 기업들이 국내산 원료 확보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올해 818일 나고야의정서 관련 법률이 시행되면서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바이오 기업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 보유국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해 원료를 수입하여 사용하는 기업들이 이익 공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분쟁이 발생한 단계는 아니지만, 해외 기업들 중에는 어렵게 개발해 상품화시킨 제품을 원산지 국가와의 과도한 이익 공유 문제로 생산을 중단하게 된 사례가 여럿 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직까지 국산 원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커서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난번 우리를 찾아 왔던 기업과 추천농가와의 계약재배 건은 무산됐다. 업체와 농가가 제시한 가격이 맞지 않아서 국내산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대기업 구매담당자의 요청건도 실현되지 못했다. 전체 금액은 컸지만 개별 작목들의 규모가 작아 생산농가들이 각각의 요구조건들을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원료 표준화와도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바이오기업들 중에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야생식물에서 기능성 소재를 발굴해 산업화를 시도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제품화 단계까지 못가는 사례들이 많다. 제품화 되더라도 야생자원의 특성상 균일도가 떨어지고 재현성이 부족해 원료 표준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이오 기업들은 다시 국내로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우리 농업은 아직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은 대부분 기능성 소재 발굴과 효능을 찾는 연구에 집중됐으며 발굴된 소재를 농업에서 생산하는데 대한 투자는 미미했다. 농업 분야의 연구개발에서도 생산량이 많은 주요 작물을 중심으로 연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재배면적이 적은 바이오산업 원료에 대한 연구는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상대적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산업 원료 국산화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해 바이오의약품, 건강기능성식품, 화장품 등의 원료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러한 산업용 원료의 국내 생산기반이 구축돼 바이오기업과 농업인과의 계약재배가 활성화되면 기업은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자원보유국과의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공유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농업인은 생산물에 대한 안전적인 판로가 확보돼 소득향상에 도움이 되는 모두가 상생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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