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에서 만난 고객

[기자수첩]

최근 외식업계나 유통업계에 무인매장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비용 절감과 1인가구층의 선호도, 새로운 서비스 결합으로 인해 외식과 유통시장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 무인 주문기를 통해 고객이 스스로 주문을 하고 있으며, 사람이 없는 편의점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백화점이나 유통 매장들은 직원의 도움 없이 물건을 구입하고 배달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의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 무인화는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는 최근 직원 1명만 주문을 받고 나머진 무인주문기를 도입한 패스트푸드점에 간 적이 있었다. 직원이 주문 받는 데스크엔 줄이 점점 길어졌는데 상대적으로 무인주문기에선 빠르게 주문이 처리됐다. 하지만 대형마트형 매장의 푸드코트에서 겪었던 일은 달랐다. 할머니 한 분이 무인주문기 사용법을 몰라 어려워하자, 먼저 주문을 마쳤던 젊은 여성이 할머니를 대신해 일일이 순서에 따라 주문을 해줬다. 그런데 줄이 줄기는커녕 기다리는 시간이 더 걸렸다. 중간중간 할머니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젊은 여성이 대답을 하면서 설명을 하느라 시간이 자꾸 늘어났다. 결정적으로 할머니가 결제를 위해 내밀어준 카드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인내심이 상당한 이 여성이 할머니의 다른 카드를 뽑아 결제를 하고 나서야 긴 주문(?)을 끝낼 수 있었다.

무인매장은 인건비를 절약해 외식업계나 유통업계에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무인판매의 제대로 된 기술력과 안전도가 얼마나 뒷받침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가령 무인편의점을 보더라도 출입문 개폐오류, 고객이 선택하는 물건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 부실한 냉동보관 시스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가올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래에 불길한 암운이 드리울 것이라는 부정론자도 있지만, 혹자는 꼭 인간에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창의성이나 판단력처럼 인간 고유의 역량은 더 중요해지고 이와 연관된 직업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그것이다.

무인주문기나 무인매장을 도입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다. 인간이 도입한 시스템이 불편해지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기존 시스템은 버려지고 다른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더 많은 인간 영역에 들어올 것은 분명한 일이다. 문득 이럴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워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를 돕던, 친절하고 인내심 강한 그 여자 고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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