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위험도 예측과 미래의료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석좌 연구교수/한국 바이오협회장

올해 초 미국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세상을 바꾸는 10대기술중의 하나로 다중유전자이용 질병예측기술(polygenic risk score,PSR)을 선정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10대 기술선정사업은 획기적인 기술로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파격적으로 바뀌어 질 것인가를 조망해 보자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 다른 분야 10대 기술로는 일상사용 가능 인공지능,159불짜리 동시통역 이어폰,탄소배출없는 내츄럴 가스,온라인상에서 완벽한 프라이버시,줄기세포이용 인공배아등이 있다.

그중에서 유전체 점성술(Genetic Fortune-telling)기술은 미래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DNA카드를 발급받게 할 것이며 그속에 이 아이가 심장병과 암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지능지수(IQ),담배를 피우게 될지등의 모든 행동정보까지 담겨지게 되는등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0년 인간게놈계획의 성공으로 개개변이에 따른 유전정보기반 질병예측은 이미 예견되었지만 올해 다시 엄청난 미래기술로 재조명되게 된 데에는 GWAS(전장유전체연관연구)의 질병예측능력이 데이터의 증가로 계속 정확해지는데 그 원인이 있다.

2007년 대규모 GWAS 연구가 야심차게 출범하면서 관상동맥질환, 2형당뇨, 전립선암, 유방암, 대장암에서 몇개(1-3)의 관련변이부위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5000명 미만의 샘플수에서찾은 이들 결과는 불과2-3%의 낮은 질병예측 결과를 보여 주어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후 5년간 수만명대로 확대되었으나 10% 안쪽의 질병 유전성을 보임으로서 GWAS 연구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실종된 질병유전성(missing heritability)이란 말이 생긴 것도 이 때 였다. 당연히 있어야할 연관 유전성이 GWAS연구에서 안 나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실망감이 이 표출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DTC 유전자 검사 회사들의 출범은 질병예측사업으로 나름 큰반향을 일으켰으나 의학계와 과학계에서 질병예측의 정확성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2013년 미국 FDA에서 23&Me의 유전자검사를 연방정부 마케팅법률 위반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들어 GWAS연구가 수십만명대로 크기가 커지고 연구디자인 기술이 향상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 심장병에서 80여개의 부위로 20%대의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2형당뇨에서 100여개,유방암에서 150여개,전립선암에서100여개의 부위로서 질병예측이 많게는 33%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특히 치매의 경우 약 20개의 부위로 30%의 예측이 가능해짐에 따라 발병 10년전 질병을 예측하게 되어 미국 FDA도 유전체 위험도 검사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23&Me의 검사를 재허용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유전자변이로 질병을 예측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유전자 변이의 질병예측성을 점수화(PSR)한 후 질병예측 결과를 준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100만명 코호트시대에서의 다중유전자이용 질병위험 예측지수는 점점더 정확성이 개선 될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유전자검사를 받은 사람은 Ancestry사의 1200만명과 23&Me사의 500만명을 합치면  전 미국인구의 5%가 넘게된다. 이것은 일종의 바이오 빅데이터산업의 임계점을 넘는 숫자로서 매우 주목해야 하는 현상이다.

유전체 분야 규제 하나도 못 풀고 있는 한국정부의 무사 안일한 정책이 미래 보건의료의 핵심분야인 개인별 질병위험 예측산업을 고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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