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의사-환자 간 ‘갈등의 골’

[데스크칼럼]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로 들끓더니 성남 8세 어린이 오진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그 끝을 알 수 없게 치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8세 어린이 오진 사망으로 인해 의사와 환자단체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3명의 의사가 구속되면서 의사들도 진료실을 박차고 나올 태세다. 이들은 의사는 신이 아니라며 진료거부권 도입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특례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환자단체도 즉각 반발했다. 의료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사들의 갑질’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7일 의협 임시회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주장이 비상식적’이라며 성토했다.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의료법상 절대적인 보호를 받기 때문에 책임 또한 막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 비상식적인 요구 이전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환자와의 신뢰 회복이 우선일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이유 없는 의료인의 진료거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의사협회장도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맞대응 했다. 최 회장은 "의사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즉각적인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사면허를 살인면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진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강경대처 했다.

어쨌든 의사들과 국민들 간의 온도 차는 극명해졌다. 환자단체는 ‘특권면허’ ‘살인면허’라며 의사들을 몰아붙였고 의사들은 “외국에서나 진료를 받으라”며 맞받아 쳤다.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양 측의 주장이 이해 안 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대한민국 의료 수혜자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영업사원 대리수술을 막기 위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거나, 오진 의사 구속판결에는 너무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의사들이 정작 진료실 약자인 환자가 죽어갈 때는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오는 11일 전국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대한민국 의료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의사들을 위한 의료계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을 헤아려는 봤는지도 궁금하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의사가 아닌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받고, 오진으로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살펴볼 여유는 없었는지 말이다.

‘집단 이기주의’나 ‘밥그룻 지키기’라는 비난에는 눈 감고 환자가 사망한 의료사고엔 법정소송으로만 대처하려고 한다면 결코 국민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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