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보건포럼] 이철수 한국식품과학연구원연구기획사업단/HACCP컨설팅팀장

최근 한 방송사의 기획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하와이의 청정한 바다 한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존재하고, 해류를 따라 오대양을 점하고 있으며, 근처에서 서식하는 갈매기의 사체에서 라이터와 볼펜 등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고 미세단위로 분해된 플라스틱 조각은 바닷물, 물고기, 조개류에 이어 강물, 수돗물, 병에 담긴 생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된다고 한다.

단순히 잘게 부서지면 자연히 분해되어 없어질 것이라고 여겼던 플라스틱이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큰 재앙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도였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고 한다. 서해의 청정한 작은 무인도에 육지에서 버린 쓰레기가로 덮였고 해류를 따라 중국에서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변을 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해양 쓰레기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매년 수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버려지고 있는데 이것들이 5대양을 떠도는 쓰레기 섬을 만들고 이 섬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까지 거리가 5000km가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정의는 지름 5㎜ 미만의 입자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나 중금속 같은 기존의 오염물질들과 달리 아직 인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미세플라스틱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원인 역시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또 인천, 경기 등 일부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전세계에서 2번째, 3번째로 높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늘날 가장 주된 플라스틱의 사용처와 발생처는 아마도 식품일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의 포장은 플라스틱을 이용해 보존성과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봉지는 대부분 폴리에틸렌으로 만든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인 ‘비닐봉지’는 ‘plastic bag’이라고 써야 한다.

원래 ‘비닐’은 특정한 화학구조인 비닐기(vinyl group)를 뜻하는 화학용어인데 어쩌다가 우리나라에서 ‘종이처럼 얇은 플라스틱(plastic film)’을 뜻하는 말이 됐다. 최근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과 곤충을 발견했다는 발표와 반가운 연구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정작 상업화가 어렵고, 경제적인 가치가 결부돼 있는 문제로 보인다.

또한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자의 입장이다. 특히 음료의 용기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트병(PET)은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 1/6가량을 차지하지만 PET는 물에 뜨지 않는 고밀도 물질이기에 바다 위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에 해당 박테리아를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큰 문제로 부각된다. 일부 박테리아는 지난 70년간 환경에 축적된 플라스틱에 대응해 PET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분비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 재활용 또는 오염 정화 작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가 플라스틱의 사용량이나 포장은 과도한 것이 사실이다. 간단한 커피한잔에도 플라스틱컵과 빨대 등이 수없이 많이 사용된다.

미국의 한 어린이가 벌이는 플라스틱 빨대를 줄여보자는 작은 운동이 미국전역으로 퍼지는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연간 10억개 이상이 사용된다는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금지하는 매장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아직은 작은 움직임지만 자연과 생명을 위해 중요한 노력의 첫걸음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예고된 재앙은 먼 훗날이야기나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미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도 조금은 불편하지만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소비자의 조그마한 나비날개짓이지만 태풍이 되는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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