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준 차세대 연구로 암 정복 앞당긴다

[창간 52주년 기획2/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다시 뛰는 보건산업'] (3) 고령화시대 질병관리 대책

암 치료 현황과 전망

-김흥태 암정복추진기획단장

 

◇세계 최고 암환자 의료서비스 제공

우리나라는 연간 21.5만 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이후 암발생률은 소폭 감소 추세로 돌아선 반면 암생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처음으로 70%대를 돌파했다.

이와 같은 암발생률 감소 및 암생존율 증가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게 된 것은 정부가 1996년부터 국가 차원의 중장기 암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 암 예방·검진 사업을 전개하고,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 등 암 연구를 지원했으며, 국립암센터를 포함한 국내 의료기관이 암센터 운영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환자중심 의료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은 1996년 정부에서 수립한 ‘암정복 10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된 국내 유일의 암 전문 국가연구개발사업이다. 지난 20년간 암 중개, 임상 및 예방관리 분야 등 암 연구의 전 영역에 걸친 지원을 통해 국내 암 연구의 저변 확대 및 연구수준 제고에 기여했다.

5년 후에 암 예방·진단·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5대 연구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Five-in-Five’ 개념설계 전략에 따라 과제를 대형화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연구의 질적 수준이 가시적으로 향상되는 한편 효과적인 암예방 정책 시행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 등 정책반영을 위한 주요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항암치료제 발전 암 생존율 향상 기여

암생존율 향상에 기여한 가장 큰 요인은 조기검진의 확대 등 예방적 측면의 효과가 크겠지만, 치료적 측면에서도 수술과 방사선요법의 발전 이외에 항암제 치료의 눈부신 발전을 들 수 있다.

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 이후 2001년 글리벡으로 대표되는 2세대 표적항암제를 거쳐 2015년 3세대 면역항암제의 도입으로 항암제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올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세계 암치료 개발지도가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특히 폐암환자 1차 치료에서 표적항암제 대상이 되는 일부 폐암환자를 제외하면 상당수 폐암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주된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세포독성항암제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표적항암제 도입 후 실제 진료현장에서 치료효과가 입증되고(real world evidence) 역할이 정립되는데 20년이 걸렸듯이,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허가된 면역항암제도 실제 치료효과를 입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치료효과가 예상되는 특정 환자군의 선별, 치료기간 및 최적의 치료를 위한 병합요법 확립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국산 폐암신약 '레이저티닙' 주목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이상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 등을 중심으로 암 연구 분야에서 연구개발의 축적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 선진국 연구의 모방, 추격이 아닌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를 설계하는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가 필요하다. 항암신약개발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도 1980년대부터 민간 차원에서 신약개발에 착수하여 벨로테칸 등 6건의 항암제를 개발한 사례가 있으나 이 중 벨로테칸을 제외한 대부분의 허가 항암제가 개발 또는 생산 중단되어 아직까지 세계 시장에서 국산 항암신약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표적항암제 개발을 중심으로 신약개발 경험을 축적하고 있고, 실제 국산 폐암신약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연구성과가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에 발표되어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은 바 있어, 이를 계기로 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전적 연구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

국내 암 연구가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고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첫째, 대세를 쫓아가는 멋진 연구(fancy research)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영역의 연구,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도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세계적 수준의 차세대 연구자 양성 및 국제적 공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R&D 정책수립 및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예산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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