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외주화’에 안전은 뒷전

[기자수첩]

201610월 이른바 맥도날드 햄버거병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지난 2월 검찰은 오염된 패티를 판매한 한국맥도날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미 패티를 먹어버렸기 때문에 증거가 사라진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맥도날드의 책임'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방청하면서 느낀 점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랄까.

한창 또래친구들과 뛰어놀 여자아이와 부모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언제 어디서 생각 없이 사먹은 햄버거 때문에 혈변을 보고, 신장이 망가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햄버거 피해자 5명의 고소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대로 패티 제조업체 맥키코리아가 장출혈성대장균 오염 우려가 있는 패티를 1년이 넘도록 계속 유통시켜 온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패티로 만든 햄버거는 한국맥도날드를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판매됐다.

요즘 식품업계 전문가들에게 식품안전의 외주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을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안전을 외부에 맡김으로써 위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검찰 역시 한국맥도날드에 대해 "자체적인 검사 절차없이 납품 받고, 제조업체에 대한 식품 안전관리도 외부 대행업체에 용역을 주고 있어, 판매로 인한 이득은 취하면서 식품 안전과 관련된 책임은 납품업체에 부담하게 하는 위험의 외주화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맥키코리아의 거짓말로 인해 오염된 혹은 오염 가능성이 있는 패티가 시중에 그대로 유통됐고 누군가는 이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사 먹었을 것이다. 운 좋게 추가적으로 피해자가 나오진 않았을 뿐이다.

맥도날드 매장은 전국에 400여 개가 넘지만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그동안 햄버거에 대한 검사 의무가 없었다. 정부도 부랴부랴 자가품질검사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자율감시를 기업 스스로 얼마나 지킬지도 미지수다.

허점이 많은 제도와 규정은 치명적인 안전 사고를 초래한다. 거대 기업이 이득은 취하고 책임은 외부로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앞으로 엄격한 책임을 묻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허술한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이원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