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급여 놓고 의료직역간 '충돌'

초음파의학회 "불법의료 조장" 방사선사협회 "검사 허용해야"

대한초음파의학회가 지난 15일 대한방사선사협회가 발표한 ‘상복부 초음파 검사시 의사만 보험급여 수가 인정 철회 해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에 대해“국민건강을 도외시하고, 불법의료행위를 양성화 시켜달라는 요구”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초음파의학회는 실시간 검사인 초음파검사는 방사선사들이 획득한 영상을 사후에 판독하는 CT, MRI 검사 등과 달리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학회에 따르면,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환자의 신체 부위를 검사하면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시간(real-time)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것으로 검사를 하는 의사가 검사 도중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초음파검사를 할 때 검사 부위를 여러 방향과 각도로 보면서 이상 소견이 있는지 확인하고, 검사자가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촬영하게 되며 검사부위중 극히 일부만이 영상 기록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검사 도중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나중에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

또 초음파검사는 의학적 지식이 충분한 숙련된 의사, 특히 초음파검사에 익숙한 의사가 시행해야 하며, 검사를 한 의사와 동일한 의사가 반드시 판독을 해야 한다.

특히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간, 담도, 담낭, 췌장, 비장 등 다양한 장기를 동시에 검사하는 행위로 그 해부학적 구조물의 이해 정도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장기들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들은 간암, 담도암, 담낭암, 췌장암 등 5년 생존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증도가 높은 암종이 드물지 않아, 오진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암검진에 포함되어 있는 간암검진을 위한 간초음파검사의 경우에도 이미 법률로 ‘반드시 의사가 실시하고, 반드시 실시한 의사가 판독해야 함’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간암검진을 위한 간초음파검사는 현재 급여확대 논의가 중단된 상복부 초음파검사 중 정밀초음파검사에 해당된다. 

따라서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반드시 간, 담도, 담낭, 췌장, 비장 등의 장기에 대한 해부학적, 병리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는 의사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보건복지부가 행정예고한 부분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방사선사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초음파검사를 방사선사가 시행함으로써 저렴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초음파의학회는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의학적 검사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할 수 있으니 허용해 달라는 주장은 환자를 도외시한 비의학적, 비도덕적 주장이다.”며, “국민들도 이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방사선사협회에서 문제로 제기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의료기사, 의무기록사 및 안경사의 업무범위 등)에서 방사선사가 초음파진단기를 ‘취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근거로 초음파검사를 직접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취급’이라는 것은 엄밀히 말해 초음파기기를 정비하고 운용, 관리하는 업무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초음파검사를 실제로 하는 것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의사의 관리, 감독하에 방사선사가 초음파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범위는 태아의 머리 둘레 등을 측정하는 것과 같이 의학적 판단이 필요없는 지극히 단순한 측정 업무에 국한해서 할 수 있다.

대한초음파의학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음파장비를 취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여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초음파검사의 특징인 실시간 검사 및 의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진단의 중요성을 무시한 자의적 해석이며, 불법의료행위를 양성화 시켜달라는 요구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지난 2014년 해당 내용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초음파진단기를 이용한 초음파검사는 검사시간이 지난 후에는 정확한 판독이 어렵기 때문에 현장에서 즉시 진단과 판독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하는 검사이며, 환자를 직접 진단하고 환자의 병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의사가 하여야 할 것”으로 명확하게 초음파검사는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함을 정의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단서조항으로 의사가 방사선사의 촬영을 동시에 보면서 실시간 진단과 구체적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방사선사에 의한 촬영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대한초음파의학회는 “이는 원격지 촬영 등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방사선사가 의사 없이 단독 초음파 진단행위가 가능하다’ 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오진 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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