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라서 인보사까지 토종신약 29개

[신년기획/ 제약사 R&D 24시] 국내 신약개발 현황

6개 가동중단·7개 생산 감소…실패딛고 투자확대 나서

난치병이 없었다면 신약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치병과 신약의 관계는 ‘모순(矛盾)’이라는 한자성어를 탄생시킨 창과 방패와도 같다. 도청기술과 방지기술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신약은 난치병을 정복해 가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약은 정복자만이 누리는 특권이 있다. 제약산업 분석전문회사인 이벨류에이트는 2018년 세계 10대 매출 의약품을 꼽으면서 1위인 휴미라의 예상 매출을 202억달러(21조4000억원)로 내다봤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인 IMS는 우리나라 제약산업 규모를 2015년 1조에서 연평균 4.7% 성장하면서 2020년 1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제약사 전체의 매출액이 올해 휴미라의 예상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선 평균 1~2조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개발기간도 10~15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소요된다. 한해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제약사가 손에 꼽을 정도인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신약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천신만고 끝에 개발한 신약이라도 햇볕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경우도 있다. 지난 1997년 ‘국산 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위염치료제 ‘선플라주’에서 부터 지난해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 주’ 까지 총 29개의 신약이 개발됐다. 

어렵사리 개발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6개의 신약 생산라인이 가동을 하지 못하고 멈쳤다. 나머지 신약 중 7개도 생산액이 감소됐다. 토종 신약이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경쟁 제품과 제네릭에게 밀리거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선플라주’는 경쟁제품에 비해 효능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졌으며 JW중외제약 발기부전 치료제 ‘제피드정’은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력에서 뒤쳐졌다. CJ제일제당 ‘슈도박신주’와 동화약품 방사성의약품 간암치료제 ‘밀리칸주’는 임상3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으나 임상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아에스티의 ‘시베스트로정’은 시장성이 높지 않아 생산이 중단됐으며 카엘젬백스의 췌장암 치료제인 ‘리아벡스주’도 생산액 ‘제로’를 기록했다.

관계 전문가는 “제약 선진국 역시 이 같은 실패를 거울삼아 제대로 된 혁신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가 병행될때 비로소 글로벌 신약이 탄생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리는가 하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와 대웅제약 ‘나보타’ 등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시장 도전이 계속되면서 좋은 성과가 예견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이 제네릭으로 내년 상반기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녹십자는 1차 면역결핍증 치료제 ‘IVIG’의 북미 임상3상을 마치고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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