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 건강증진사업 대상자 부작용 가능성"

바른의료연구소, 사업 중단 즉각 요구 "혈액검사 수치 이상자 조치과정도 공개해야"

서울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대상자 가운데 일부에서 한의약 치료 후 간과 신장 기능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최종보고서에는 G자치구에서 약 부작용이 발생한 대상자 한 명이 치료를 중단하고 치료비 보상을 원한다고 했고, 탈모 등 한의약의 부작용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016년도 서울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은 대상자 선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의약 치료 후 간독성과 신장독성이 발생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결국 의료계가 제기했던 우려가 상당 부분 현실로 드러났다. 건강증진사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연구소는 5억원이라는 막대한 서울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에 '2016년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모형개발 및 시범사업평가 최종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 했다"며 "보고서를 분석한 본 연구소는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 등 섞여…사업 대상자 선정의 문제

가장 먼저 서울시는 인지기능저하로 진단된 노인이 아니라, 치매선별용 간이정신상태검사(MMSE-DS) 상 인지기능저하자(치매고위험군)로 판별된 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는 지적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치매선별검사 만으로는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을 진단할 수 없다"며 "선별검사 양성인 경우 치매일 수도 있지만, 인지기능이 완전 정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사업 대상자는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 정상인 노인들이 한데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바른의료연구소는 "이 같이 대상자 선정이 너무나 불투명하고 모호해 한의원형 프로그램 운영 결과 선별검사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선별검사 점수의 변화만으로 인지기능 호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주 무의미하다"며 "또 하나의 문제는 노인우울척도라는 우울증 선별설문만으로 우울증 고위험군도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전체 대상자 중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선정된 대상자가 몇 명인지도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며 "이처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사업임에도 대상자를 주먹구구식으로 선정함으로써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서울시의 심각한 직무유기다"고 비난했다.

간·신장 수치 정상범위 벗어나...안전성 문제

서울시 최종보고서에는 "한의약 치료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통해 간수치(총빌리루빈, 직접빌리루빈, GOT/GPT, ALP, 감마지티피), 신장수치(요소질소, 크레아티닌)를 검사한 결과 전 항목에서 전후 평균은 정상범위로 나타났으며, 사후 값이 소폭 상승한 사례도 있었으나 GOT 수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범위 내 변동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상승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사업 전후 실시한 혈액검사 상 한의약 치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바른의료연구소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먼저 간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인 GOT(정상치: 0~40 IU/L)를 보면, 평균수치가 26.76에서 28.0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고, 무엇보다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2차 이상) 26명의 경우 사업 전 정상범위인 39.54에서 사업 후 68.46(28.92↑)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또 간장애 지표 중의 하나인 감마지티피(정상치:9∼64 IU/L)는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의 평균치가 145.07에서 203.49로 대폭 증가했으나 통계적 유의성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요소질소(BUN)(정상치: 8∼20mg/dL)는 1차 이상자 66명의 평균 수치가 22.87에서 19.29로 감소한 반면,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 55명은 19.05에서 23.6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신장기능 지표인 크레아티닌(정상치, 남성:0.8∼1.2mg/dl, 여성:0.5∼1.0mg/dl) 역시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의 평균이 사업 전 1.43에서 1.51로 증가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사업 전 기준치 초과자(1차 이상) 23명의 경우 50.39에서 사업 후 46.65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사전 검사에서 정상범위에 있던 대상자 중 상당수에서 한의약 치료 후 GOT 수치가 상승했거나 일부 소수에서 간기능이 심하게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소가 신장기능 검사결과에 대해 대한신장학회에 자문요청을 한 결과 신장학회는 "BUN, Cr 등의 신장기능 수치의 변화를 보면, BUN, Cr 모두 2차 이상자에서는 사전 검사에서는 정상범위에 있다가 사후 검사에서 증가했다"며 "이는 한약 복용 후에 신장기능이 악화된 대상자가 상당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와함께 "결론적으로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사업 전후 신장기능 검사결과가 한약의 신장독성을 시사하는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상자 개인별 자료를 추가로 받아서 최종 평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회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개인별 혈액검사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면서 "현재 이의신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바른의료연구소에서 성명서를 받아보지 못했다. 625명의 혈액검사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법률자문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어르신의 건강을 어떻게 증진해 나가야 바람직한지 조언하면 귀담아 듣겠다"고 밝혔다.

2016년 서울시 사업설명회에서 한 참석자는 "사후 혈액검사상 이상이 있을 경우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부작용 환자(의료사고)에 대한 대처 방법이 있냐?"고 질의하자 서울시한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사고라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약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추후 더 논의해 봐야 한다. 혈액검사상 민감한 환자는 사전에 대상자에서 탈락시켜 안전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사업 전 혈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나타낸 노인들도 대상자에 포함시켜 한의약 치료를 받게 했다"면서 "안전불감증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의원에서 총명침, 한약과립제 투여 등의 한의학적 치료을 시행해 치매를 예방하는 사업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지금까지 검증된 바가 없다"며 "그렇다면 대상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윤리법에 의거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러한 중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서울시는 이상소견자 전원에게 검사결과를 알리고 병의원에서 추적검사 및 치료를 받도록 하고, 간독성 및 신장독성 발생원인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사업 전후 혈액검사를 모두 받은 대상자는 항목별로 36%에서 64%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받지 않은 대상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소는 또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한의약 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될 때까지, 현재 추진 중인 2017년도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서울시에 강력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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