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아염소산수' 식품용 살균제 허용 논란

김치업계 "환경부 미승인 품목을 세척제로 권고"

이원식 기자 2025.05.09 17:18:36

환경부로부터 살균제로 승인받지 못한 품목이 식품용 살균제로 허용되고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규제당국이 배추김치를 소독할 경우 미산성 차아염소산수를 사용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어, 김치업계를 중심으로 해당 품목의 위해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식품용 살균제는 과일, 채소 등 식품 표면의 미생물을 단시간 내에 살균하는 식품 첨가물이다. 과산화수소, 오존수, 과산화초산, 차아염소산나트륨, 차아염소산칼슘, 차아염소산수, 이산화염소수 등 총 7개 품목이 있다. 차아염소나트륨 등 대부분 살균제는 침지(액체에 담가 적심)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깨끗한 물로 헹궈서 살균제를 제거한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지난 2018년 살균제의 유·위해성 검증을 위해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살생물제관리법)을 제정했다. 2025년 현재 환경부로부터 승인된 살생물물질은 차아염소산나트륨, 차아염소산칼슘, 이산화염소수, 과산화수소수 4종이다.

차아염소산수는 승인유예 대상으로 분류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용 살균제로 허용하고 있지만, 환경부에서는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치제조업체들은 배추김치를 소독·헹굼할 때 대부분 침지나 자동통과형(세척)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식품용 살균제 7종 중 차아염소산수의 위해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식약처에서 제공한 '올바른 HACCP 관리를 위한 배추김치 제조 가이드라인'(이하 '올바른 해썹관리 지침')에 따르면 배추김치를 소독·헹굼할 때 침지형의 경우 미산성 차아염소산수를 20~30ppm으로 5분간 침지하도록 제시돼 있다.

규제당국이 배추김치를 소독할 때 미산성 차아염소산수를 사용하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어 김치업계에서 해당 품목에 위해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자동통과형(세척)의 경우 미산성 차아염소산수 사용 시 30~40ppm으로 90초에서 150초 동안 소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추김치를 소독·헹굼할 때 차아염소산나트륨(일명 '락스')을 90%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기타 차아염소산수, 이산화염소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차아염소산수를 사용할 경우 침지엔 문제가 없지만, 자동통과형(세척)의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통과형(세척)은 세척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공기방울세척과 샤워링을 이용하는데 세척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포로 인해 차아염소산수가 공기 중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치제조시설이나 단체급식실에서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 코나 입으로 흡입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차아염소산수의 위해성에 노출된다는 의견이다. 환경부로부터 승인받지 못한 살생물제를 타 부처인 식약처에서 식품용 살균제로 지정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연구과의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지정한 식품용 살균제 사용 지정 범위, 용도 등이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생활화학제품의 위해성 평가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워, 차아염소산수의 허용 여부는 식악처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은 해썹 인증업체에 올바른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업체 자율에 맡긴다고 해도 사실상 대부분 김치제조업체들은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차아염소산수는 식약처 고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서 식품용 살균소독제로 분류하고 있어 식품위생법상 문제가 없다"면서 "해썹 적용업체들이 배추김치의 효과적인 세척과 소독 방법을 잘 준수해 식중독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차아염소산수가 공기 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자동세척 방법을 보완할 수 있는 공조 장치를 추가로 설치한다든지, 소독수 농도와 시간 등 소독 공정을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치업계에서는 차아염소산수를 사용하다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면 식약처의 관리 지침에 대한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어 '올바른 해썹 지침'이 향후 고시로 확정되기 전에 차아염소산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올바른 해썹 관리 지침'을 고시하기 전에 추후 공청회를 마련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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