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농단 사태가 악화된 과정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대통령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주실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의 좋은점만 바라보고 추후 일어날 부작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피해들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위원 구성을 마치고 본격 출범을 알리면서 정부를 향해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또 의협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사태의 원인 제공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정부의 변화가 없을 경우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형욱 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15명 이내 위원 구성, 대전협 박단 위원장 등 전공의·의대생 6명 포함
우선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한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및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15명 이내로 비대위를 구성키로 의결했다.
위원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추천 2명,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추천 2명,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추천 3명,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추천 3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추천 3명, 위원장 추천 1명으로 구성됐다.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저는 사직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위 구성안을 제안했고 운영위원회는 재석 19명 중 찬성 1명, 반대 1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의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협 비대위 박단 위원장은 비대위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며 동시에 6명의 자문위원이 위촉됐다"며 "운영위원회는 전국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위기적 시기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는 앞으로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정부 신뢰할 수 있는 조치 해달라"
특히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의료농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는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와함께 의대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고 의협과 19차례나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누군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증원 규모에 대해 의협과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고 윤 대통령은 그들에게 속아 지난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셨다"며 "돌이켜 보면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었으며 정부는 협의의 외피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결국 그 외피를 이용해 국민에게 의협을 불통 집단으로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정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것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라며 "협의라는 것을 이렇게 악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할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직서수리금지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관계자를 찾아 합당한 책임을 물어달라"며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련과정에서 합당한 보호가 있어야 하고 수련 후 미래가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현 의료위기의 근원은 의료시스템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비정규직 근로자인 전공의들에게 주당 최대 88시간을 일하게 만들어 대학병원을 운영하게 한 시스템 문제"라며 "그런데 한덕수 총리는 이런 의료시스템의 문제를 외면하고 가혹하게 일해 온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비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정부는 의료부문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았다며 정말 대화를 우너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달라고 강력 요구했다.
그는 "정부는 이 시기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의대증원은 10년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며 "앞으로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대통령과 장차관 등이 모두 퇴진한 후에 책임을 지겠나,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대위를 출범하면서 다시한번 윤석열 대통령께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대통령께서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해주시고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주신다면 현 사태가 풀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또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농단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는 길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며 "그것은 우리 사회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며 그렇게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