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협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바로 세울 근본 대책 마련하라"

필수의료 기피 낮은 수가 탓… OECD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 시급

김아름 기자 2022.08.16 14:32:55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정부와 국회에 실효성 없는 대책 남발을 중지하라고 지적, 필수의료를 비롯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바로 세우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달 발생한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은 그동안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이라고 자부하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병의협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 실제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8일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왜곡의 근본 원인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 바 있다. 병의협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 인력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주원인은 '낮은 수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수가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시키고, 보다 많은 의료 인력들이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병의협은 지난 며칠간 보여준 정부와 국회의 행보는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10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바라본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 모색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병의협은 이 토론회를 논란이 되는 이슈가 생기자 급조한 행사에 불과하며,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 구색 맞추기 이벤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뇌혈관외과 영역의 턱없이 낮은 수가와 매우 높은 강도의 업무량으로 인해 발생한 지원자 감소와 병원에서의 해당 전문의 채용 최소화 조치에 기인한 것"이라며 "따라서 국회에서는 응급 뇌혈관 의료체계에 대해서만 토론할 것이 아니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필수의료 전 영역을 대상으로 낮은 수가를 어떻게 개선시킬 것이고, 해당 분야 전문의 육성과 채용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를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해당 사건의 사실 확인을 위해 아산병원에 현장 조사를 나갔던 보건복지부에게도 일침을 가했다.

아산병원에 현장조사를 나갔던 보건복지부는 아산병원에 위법 사항은 없어 행정처분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나, 중증응급 관련 의료진에 대한 원내 휴가 규정을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국 상급종합병원에도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관련 원내 규정을 정비하고,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전원 및 이송체계를 점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병의협은 "결국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는 정책이 아니다. 중증응급 의료 분야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정당한 휴가 사용을 제한해서라도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문제가 없도록 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이러한 일이 다시 생겨서 이슈화되지 않도록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환자 이송 및 전원을 잘해야 함을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만약 보건복지부의 아산병원 행정지도와 각 상급종합병원에 발송한 공문 내용대로만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극적인 일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병의협은 "지금도 가뜩이나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수익으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인력이 부족하다. 필수의료 및 중증응급 분야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의료진들에게 업무량을 줄여주기 위한 인력 증원 대책이나 수가 인상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마음껏 휴가를 갈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한다면, 해당 분야에 지원하는 인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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