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기기, Innovation hub로 도약하자"

허민행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부회장/국제교류위원회장(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 대표이사)

김아름 기자 2022.05.20 16:40:03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이상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쓰던 일상이 시간과 인원의 제한 없이 대면 소통과 활동들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사회 전반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산업 악재들로 인해 의료기기산업계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 역시 교차하는 5월이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의료기기산업계는 그 어느 산업 분야보다 정부, 의료계 그리고 산업계 전문가들과 빠르게 소통하며 위기를 신속하게 대처해 왔다. 코로나 상황 대응 과정에서 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위상은 K-방역이라는 브랜딩과 함께 한 단계 높아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요구되는 소위 디지털 산업 기술은 의료기술과 빠르게 융합되며 의료기기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성장과 발전의 시간을 보내며 국민 보건향상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토대를 마련했다.

20여 년 전 2003년 '의료기기법'이 제정되고 2019년엔 '체외진단의료기기법'과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제정됐다. 의료기기법으로 출발해 산업육성을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의료기기 지원법까지 의료기기산업과 관련된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맞춘 법적인 토대는 정부의 관심 속에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대규모 정책적 투자와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프라의 발달로 의료기기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 벤치마킹할 다른 국가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오히려 우리가 스스로 벤치마킹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국형 의료기기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팬데믹 시대의 요구로 새롭게 개발된 의료기술과 의료기기들로 인해 다양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성이 사라진 글로벌 의료기기시장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기의 경쟁력은 어떠할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비하며 의료기기산업의 비전과 방향성에 대해 심도 있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Innovation Hub'로써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강화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Innovation Hub로 가기 위해 필요한 중요한 요소들을 두루 확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료진의 의료기기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세계 일류 수준의 혁신성을 담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은 이미 굴지의 대기업들을 통해 입증됐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헬스케어산업이 취약했던 자본력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대규모 벤처 캐피털, 사모투자(Private Equity) 등 자금유입이 급속히 증가하고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뒷받침되며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하게 강화됐다. 헬스케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제품의 상업화 역량도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속에서 강인하게 자리잡은 전문가들의 양적, 질적 성장과 더불어 발전했으며, 기업가 정신을 겸비한 우수한 의료진들도 과거 대비 적극적으로 창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안타깝지만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는 한국에 없었으며, 최근 몇 년사이 대규모 전시회의 메인 부스를 차지한 중국, 일본의 기업들의 성공만을 바라봐야 했다. 이제 우리나라가 Innovation Hub로서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의 탄생을 기대할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 매출의 10% 규모의 자금을 기술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전의 직접적인 연구개발 투자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술개발 투자 및 상업화로 그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직접적인 연구개발 외에 전 세계의 혁신적인 의료기술과 제품들을 직접 찾아가 잠재력을 평가하고 기술이전, 특허권 사용, 유통계약, 공동-프로모션, 양도-양수 등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링과 상업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개발 담당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와 상생협력을 고려할 만한 우수한 기술과 제품들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더 큰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의료기기가 K-팝과 같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KMDIA 국제교류위원회에서는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해부터 Medi-Talk이라는 글로벌-국내 기업 간 소통 플랫폼을 마련하고, 주요 ASEAN 국가의 의료기기 규제 변화를 현지의 정부 관계자 및 다양한 전문가를 초청하여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바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Medi-Talk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수년 내 스타트-업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메디칼 창업가들이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투자 논의를 할 수 있는 K-Innovation Week(가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Clinical Hub로서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대규모 다국가 주요 임상연구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진행해 좋은 결과를 이끌어 왔다. 보건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국내에 양질의 일자리까지 창출하며 한국의 임상연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약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런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산업이 Innovation Hub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힘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채워야 할 부족함이 많을 때는 방향을 잡기에도 어려움이 많지만 현재의 의료기기산업은 해외진출에 앞서 강점과 부족함을 명확하게 짚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분들이 해결됐다. 지금은 팬데믹에서 일상으로 회복되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이자 기회의 시기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활발한 진출을 지속하고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성공을 위해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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