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선 정책제안서' 갈등에 의정연 "일차의료 살릴 대안"

논란된 전문의원과 요양의원 해명, 보건의료 청사진 제시 위해 싱크탱크 역할할 것

김아름 기자 2021.11.19 09:37:22

20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만든 '대선 정책제안서'가 의료계 내부 뜨거운 감자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우봉식 소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이는 개원가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전문의원'과 '요양의원' 등의 명칭은 지역사회의 일차의료를 살기리 위한 대안일 뿐 다른 의도가 아님을 밝혔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의정연)소장은 최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료계 내부에서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제20대 대통령선거 보건의료정책분야 정책제안서'에 대해 언급했다.

우 소장은 "제안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의료전달체계, 필수의료 살리 등이다. 현재 의료전달체계는 전혀 작동을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일차의료는 죽게 될 것"이라며 "개원가에서 일부 불편해하거나 불안해하는데, 용어가 설사 처음듣는 것일지 몰라도 대부분은 이미 제도적으로 다른나라에서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등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 위주로 가고있는 의료전달체계를 일차의료 및 지역의료로 돌릴지가 정책제안서에 담겨있다"면서 "그 일환으로 정책제안서 전달체계 개편에 요양의원, 전문의원, 회복병원을 만들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정연은 해당 정책보고서를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로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의료수요는 증가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의료전달체계와 지역의료체계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어 향후 고령사회 의료난민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의료법에 의료전달체계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의료기관 기능별 및 전달체계에 따른 수가 모형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또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 전환을 강조하며 △초급성기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급성기 '전문병원, 전문의원' △회복기 '회복병원, 지역병원' △만성기 '요양병원, 요양의원' △요양기 '요양시설'로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제안서가 공개된 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전문의원'과 '요양의원' 등 명칭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정책제안서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김동석 회장은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 이어 대개협 학술대회에서도 의정연의 정책제안서 내용에 대한 회원들의 우려를 전달하고, 해당 정책제안서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중에서도 '전문의원'이라는 명칭이 지난 지난 2018년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과정에서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입원실을 없애야 한다는 권고와 함께, 그 대안으로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제안한 1차 진료 이외 전문과목 중 외래와 수술이 가능한 (입원)전문의원 제도와 동일함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 소장은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전문병원' 제도처럼 의원급 의료기관 내에서도 전문질환 진료에 특화돼 있는 질 높은 의원을 '전문의원'으로 지정해 급성기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라며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증 노인환자와 지역사회 재택의료 제공 병상으로서 '요양의원'을 지정해 만성기를 담당하게 함으로써 과부하 상태에 있는 상급종병과 종합병원의 역할을 의원들이 분담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문의원' 제도도 개원가에서 우려하는 방식의 '전문의원'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열심히하는 의원급 의사가 많기 때문에 대학병원 못지않은 진료성적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에 대해 인정을 해주자는 것이다.

우 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환자가 입원하면 빨리 퇴원을 해야 한다. 병원 순환이 빨라야 하다 보니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해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다"며 "이런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전문의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병원급 의료기관 1400여개 중 의료 질이 높은 중소병원 7~8%에 해당하는 100여곳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며 "해당 제도처럼 의원급 2만여개 중 7~8%에 해당하는 1500~2000개 의원을 '전문의원'으로 지정해 수가 가산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회복병원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우 소장은 “회복병원은 이미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던 내용이다"며 "의료기관이 1,2,3차기관으로만 운영되다보니 다양한 고령사회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곧 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되면 입원대란이 일어나는데, 그런 환자들이 수시로 입퇴원할 경우 회복기를 담당하는 기능이 필요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정책제안서 절차 과정에서 내부 수렴이 부족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우 소장은 "이전까지 의협이 대선 정책제안서를 마련할 때 내부 의견 수렴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번에는 상임 임원진 대상 설명회,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본회의에 설명했고, 상임이사회에서도 의결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이번 제안서는 굉장히 많은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정연은 지난 7월 20일 상임이사, 회장, 자문위원이 참석한 제1차 보건의료 정책제안서 설명회를 진행했고, 7월 27일부터 8월 9일까지는 시도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원을 대상으로 의견 조회를 실시했다.

8월 2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전 국민 대상 의견 조회를 거쳤고, 9월 24일에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제2차 보건의료 정책제안서 설명회를 가졌다.

이후 9월, 상임이사회와 대외협력위원회 위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후 9월 9일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해 10월 14일, 총 마무리된 정책제안서를 상임이사회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우 소장은 우리나라에 보건의료와 관련된 청사진이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어떤 의료기능의 의료가 어떻게 필요하고 병상자원이 필요할 것인가도 없다. 앞으로 다가올 고령사회에선 죽고 사는 문제 보단, 돌봄까지 고려하는 전체적인 틀에서 의료를 바라봐야한다"며 "앞으로 의료정책연구소는 모든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구축해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청사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구소는 실행 기관이 아닌 싱크탱크로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며 "회원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해외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를 고민하며, 의협이 정책을 마련하는데 아이디어를 주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소장은 "이번 정책제안서를 둘러싼 문제제기는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며, 환영할 일"이라며 "앞으로 좋은 의료정책을 만드는데 각계 의견수렴에 더욱 힘쓰겠다. 연구소가 더 노력해서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에 더욱더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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