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병협-치협-한의협 "비급여 신고 의무화 재고" 한목소리

4개단체 실무협의체 구성… 정부, 일방적인 비급여 진료 의무화 정책에 제동

김아름 기자 2021.05.04 13:44:12

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가 한 자리에 모여 정부의 비급여 신고 의무화 정책추진을 재고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 4개 단체는 4일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추진 재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참석해 정부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지난해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관련 법령을 개정, 올해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 시켰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공개대상기관이 지난해 병원급 3925곳에서 올해에는 의원급을 포함한 6만5464곳으로 늘어나고 공개항목도 지난해 564개에서 올해 616개로 늘어난다.

정부의 법령 개정사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토록 하고 자료를 미제출 하거나 거짓 보고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4개 단체는 "비급여 진료는 공과가 있다. 즉, 현재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유난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급여 진료가 과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고질적인 저수가 정책 하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상당한 동기를 부여해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도덕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특히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고질적 저수가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성급하게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만을 추진한다면 이는 의료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비급여 진료비는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의료비 급증을 억제하는 기재로도 일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비급여에 대한 과(過)만을 부각해 통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취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4개 단체는 또 "환자의 예민한 자료가 외부 유출될 우려 등으로 관련 법령 개정 과정 당시 비급여 의무 신고 제도 강행으로 국민이 가지게 될 불안과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부담 등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들은 △정부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를 즉시 중단하라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건강보험 재정 소요를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바 비급여 진료비용의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료를 바탕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비급여 진료가 가능토록 하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력 상황 등을 감안해 의료계 4개 단체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일정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비급여 보고 및 공개 사항을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4차 대유행 시점이다. 의료 4개 단체가 지금도 방역에 전념을 다해야 하고, 국민건강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며 "정부의 일방적 비급여 신고의무화 추진에 대해 전문가 단체와 소통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안대로 진행되면 일선 진료현장의 혼란이 야기되고, 의료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국민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다"고 강조했다.

정영호 병협 회장도 "이처럼 비급여에는 명암이 있다. 의료단체에서 비급여의 어두운 면을 계속해서 지키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며, 이 정책으로 비급여가 갖고 있는 밝은 면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급여에 기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바가 젖기 않은데, 그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무조건 비급여를 일괄 오픈하라는 것은 장점이 소멸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의료 4개 단체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대응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홍주의 한의협 회장은 "이미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원내 고지를 통해 비급여 금액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전에 이미 그 내용을 인지하고 진료에 임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이를 넘어 모든 비급여 행위를 보고하라는 것인데, 이는 단순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의료기관을 통해 비급여 의료 데이터를 취합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비급여 니즈를 명분으로 의료인을 단순 데이터 수집 행정요원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치협 회장 역시 "의료는 절대 상품화돼서는 안된다. 의료를 상품화해서 가격만 낮추다보면 과잉진료, 부실진료라는 폐해로 나타날 수 있어서 국민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급여 제출로 가격만으로 심평원 자료에 가격순으로 게시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국민들에게 가격만으로 의료 쇼핑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결국 의료가 무너지고 의료 영리화로 가는 전초전이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인의 편의만을 위한 주장이 아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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