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초안 출범후 20년, 무엇이 바뀌었나?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석좌 연구교수

보건신문 2021.04.13 11:07:56

올해로 인간게놈(유전체) 초안이 밝혀진지 20년이 지났다. 개인의 한쌍의 게놈분석에서 이제 십만명이상의 인간들의 게놈정보가 밝혀졌다. 의학이 바뀐것이다. 생명은 아날로그방식의 물질에서 디지털 정보로 전환됐다.

100기가(giga)면 한 인간의 모든 정보가 표현된다. 이렇게 개인별 맞춤의학이 시작되고 2015년 오바마대통령은 정밀의학 원년을 선언했다. 멘델의 유전자발견 이후 150년 만의 일이다.

올해 2월11일자 국제과학잡지 ‘네이춰‘는 게놈혁명 20년을 표지 타이틀로 싣고 게놈서열정보가 인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네이춰지 게놈특집호에는 현재까지 정밀의학 게놈연구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는 정밀의학 톱메드연구(TOPMED,Trans-Omics Precision Medicine)도 포함됐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주도한 것으로 5만3천여명의 심장,폐,혈액질환 환자의 표현형을 포함하고 개인의 게놈정보와 연결시켜 한차원 높은 질병진단과 치료법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톱메드논문의 공동저자로 필자(분당서울대병원)를 비롯하여 이승빈박사(마크로젠) 그리고  강현민박사(미시간대),최승환박사(브로드연구소),정미나박사(클리브랜드 클리닉)등의 한국인 재미 게놈과학자들도 참여했다.

인간게놈계획(HGP계획)으로 일어난 변화를 간단히 숫자로 살펴보자. HGP계획이 시작된 1990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관련 게놈 총논문수는 70만편이 넘고 인간단일염기변이(SNP)는 100만개 이상이 발견되고 RNA전사체수는 3만8546개, 1660개의 질환 유전자,그리고 7712개의 유전자목표 신약물질이 개발됐다.

뿐만아니라 정확한 유전자개수도 알려졌다. 전체 2만여개의 단백질코딩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HGP계획이전에 예측되던 유전자수 10만개에서 20%수준으로 감소한 것임) 이중에 의학연구에 자주 등장하는 수퍼스타유전자로 불리는 유전자들은 TP53,TNF,EGFR,IL6,VEGF,APOE, TGF등이다. 특히 TP53유전자는 1976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9232개 논문이 출판되었다. 의학논문의 22%가 단 1%의 유전자인 200여개에만 집중되고 있다.

HGP계획으로 알게 된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소위 쓰레기게놈부위(Junk DNA)라고 알려진 것들이  유전자 발현조절과 관련하여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부위 연구가 단백질코딩 유전자들보다도 5배이상의 논문들이 나오는 것도 HGP계획 덕이다. 게놈변이관련 SNP논문도 1년에 3만건이상이 출판되고 있다.

신약개발과 관련된 HGP계획의 성과를 보면 유전자 2만개중 신약개발에 관련된 유전자는 10%에 해당되는 2149개로서 표적치료제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HGP계획출범 20년이 지난 지금 처음 예측처럼 엄청난 양의 DNA 빅데이터가 확보되었으나, 정보공개와 공유에는 아직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HGP계획시작부터 참여과학자들은 게놈정보는 연구자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것이 버뮤다 원칙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데이터의 공개원칙은 아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가 쌓여가는데도 공개되지 못해 정밀의료에 이용되지 못하는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연구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게놈연구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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