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가습기 살균제 비극 막아야

[데스크칼럼]

홍유식 기자 2021.01.20 18:07:04

최근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를 공급한 업체 최고 책임자들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피해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 중 한 종류인 CMIT, MIT와 폐 손상 증후군(기도손상, 호흡곤란·기침, 급속한 폐 손상(섬유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취약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고, 재심의 여지는 있지만 이러한 논리는 자칫 향후 비슷한 사례 재현의 빌미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용품이 된 일부 손 소독제에서 가습기 살균제용 독성 성분이 검출된 사실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회와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손소독제 123종에 '염화벤잘코늄'이 포함됐다.

염화벤잘코늄은 일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원료로 지난해 환경부가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바 있다. 실험결과 염화벤잘코늄을 흡입한 일부 동물이 호흡기는 물론 피부와 눈까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스프레이형 분사형 소독제의 경우 방역 효과성보다는 독성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분사형 소독제가 에어로졸 형태로 대기 중에 짧은 시간 부유하고 있고 이를 흡입할 경우 폐, 기관지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구, 피부, 호흡기 등을 통해 화학성분이 인체에 쌓이기 시작하면 최악의 경우 폐 섬유화 등 심각한 폐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또한 인체에 사용할 수 없는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 및 살균제를 인체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손 소독제처럼 표시해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다양한 화학물질을 이용해 약물과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 중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차원의 제도나 법을 통해 규제를 하지만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도 허술해 화학제품들의 안전성은 대부분 기업들의 양심에 맡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법원의 이해 못할 판단도 이러한 현실의 연장선상이라는 중론이다. 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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