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반복된 PA 논쟁… 제도화 싸고 의료계 내홍

의사협 “불법행위 용납안돼” 병원협 "합법화 대책 마련해야" 간호협 "선진 간호서비스 체계 구축을"

김아름 기자 2019.10.15 17:01:48

의사 수급난을 겪는 외과 수술실 등에서는 인턴 레지던트 등 의사가 해야 할 봉합등의 의료행위를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이 하는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료행위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PA는 의사를 대신해 수술, 시술, 처치, 환부봉합,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 동의서 설명 등 의사들이 해야하는 고유 업무를 대행하는 진료보조인력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대학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PA 진료보조인력 압수수색이 최근 연이어 진행됐으며, 국정감사에도 PA문제를 놓고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은 PA에 대해 무면허의료행위 등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8월 서울의 2개 병원과 대구의 4개 병원, 지난달 27일에는 인하대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사실 PA의 존재는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였으나, 정부의 외면 속에 '병원의 유령'이라 불리며 무시돼며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 근무 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의 시행에 따라, 대학병원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면서 점차 파라메딕(Paramedic), PA, 업무보조인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각종 진료보조인력들의 수가 급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수를 다른나라와 비교해보자면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OECD평균 의사수는 3.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명으로 OECD국가중 가장 적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인구 1000명당 1.9명으로 OECD평균에 절반수준까지 떨어진다.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국민 1인당 연간 16.6회로 OECD 국가중 1위고 평균보다 2배를 상회한다. 한마디로 의사의 수요는 높은데 의사인력은 부족하다.

이런 현실에 대해 복지부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복지부는 해마다 OECD보건의료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의사 76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의료인력 수급관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미 의료현장에는 불법PA인력이 만연한데도 복지부는 PA에 대한 실태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 복지부는 PA 인력 현황 요청에 해당 인력 자체가 불법이다보니 기준 및 정의가 불가능하여 관련 통계자료를 산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일부 병원들은 "PA 등 진료보조인력 없이는 병원이 운영될 수 없다""PA의 존재를 인정하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또 비용 문제로 의사를 뽑기가 어렵고 직접 수술이 아닌 수술 보조를 할 수 있는 의사를 뽑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간호계는 PA 문제 방치 시, 불법 PA 업무 거부운동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는 "PA제도가 현재 국내에서 제도화 돼 있지 않으나 진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정부는 물론 의료계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계속해서 정부가 PA 문제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방치하거나 묵인으로 일관할 경우 불법 PA 업무 거부 운동을 곧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간협은 간호사 정원을 준수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을 실시할 것을 보건당국에 요구했다.

간협은 정부는 그간 의료법 상 간호사 배치기준 미준수 병원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행정처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의 확보를 위해 의료기관의 간호사 정원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 정원을 준수하는 의료기관만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A를 제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불법과 합법의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걷도록 강요받고 있는 낡은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현대 보건의료체계에 맞는 간호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PA 담당 간호사의 어려움을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의료계 역시 PA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 의료계는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인 업무범위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통해 PA합법화가 이뤄져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는 여태껏 불법 행위를 관행으로 여기고, 암묵적으로 인정해왔다. 병원들도 값싼 무면허 인력을 동원해 불법을 저질러 놓고 이를 합법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문제다. 병원들도 무면허 인력이 아닌 전문의를 채용하도록 이어져야 하나 수가 문제 등 때문에 어려운 것은 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먼저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PA의 불법의료행위가 무면허 대리수술과 다를 바 없다""무면허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66조 제1항의5에서 행위자 뿐 아니라 그 행위를 지시한 의료인에게도 1년 이하의 면허자격정지를 규정하고 있는 등 이미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불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의료윤리 위배행위와 불법행위로 정의하고 이를 뿌리 뽑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PA를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전문간호사제도에 PA를 편입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병원계 역시 PA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병원계는 PA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며 적정 수가 문제, 전공의 부족 등으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 PA가 없으면 진료 공백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의사직역이 해야할 일,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을 어겨가면서까지 하지 않는다""의사들이 해야 하는 중요한 봉합이나 절개를 간호사들에게 시킨다든지 하는 대리수술은 있을 수 없다. 법과 의무는 철저히 지키면서 의사와 간호사 간 협력관계 안에서 보조인력으로 환자 진료 업무에 포함시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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